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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보험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업무상의 재해가 인정되어야 한다.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하는데(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과 업무 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 등이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6. 9. 6. 선고 96누6103 판결). 그리고 구 산재보험법(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하에서 대법원은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간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해 왔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두11424 판결,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산재보험법은 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이라는 제목하에 “근로자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조항(제37조 제1항)을 신설하여 상당인과관계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였다. 위 조항이 신설되기 전에는 산재보험법에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규정되지 않은 채 노동부령에 위임되어 있었다. 그런데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이 신설되면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전환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위 조항에 따르면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 가운데 본문 각호 각목에서 정한 업무관련성이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고, 단서에서 정한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에 대해서는 그 상대방이 증명해야 하며, 이것이 법률해석에 관한 일반 원칙에 부합하므로, 결국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투는 상대방인 근로복지공단이 단서가 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정을 주장·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의 지급요건,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전체의 내용과 구조,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 다른 재해보상제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2007년 개정으로 신설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근로복지공단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고, 2007년 개정 이후에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 기존 판례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반면 대법관 4인의 반대의견은 법률해석에 관한 일반 원칙 등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정을 주장·증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간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종전과 같이 이를 주장하는 측, 즉 근로자가 주장·증명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조항의 문장 구조가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경우, 특히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처럼 그 단서에서 ‘다만, 어떠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본문이 정한 법률효과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으면, 본문이 정한 사항에 관한 요건사실은 그 권리발생을 주장하는 자가, 단서에서 정한 사항에 관한 요건사실은 이를 저지하려는 자가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법률해석의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 이른바 법률요건분류설에 의한다면,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그 형식상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전환하여 그 부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보는 것이 근로자의 보호라는 산재보험법의 목적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위 전원합의체판결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