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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소송은 국민이 공권력의 위법·부당한 행정처분이나 부작위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함으로써 권리를 구제받는 중요한 제도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손해의 완전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연이자 지급 문제는 행정소송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대표적 요소로 지적된다. 사인 간 민사소송과 달리, 행정소송에서는 손해배상 자체나 이자 지급이 제한되거나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시간의 비용’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민사소송에서는 통상 판결 확정일 이전에도 손해액에 대한 이자가 가산되며 이는 손해 발생 시점부터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지연손해’를 전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행정소송에서는 지연이자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존재한다. 예컨대, 근로복지공단의 장해급여부지급처분이 위법이라는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피고가 재처분하는 날, 원래 지급해야 하는 장해급여 액수만 지급하면 되고 지연이자를 추가해서 지급해야 하는 규정이 없다. 국가가 위법부당한 처분을 하여 개인에게 손해를 입히고, 그 소송이 장기간 지속되더라도, 이에 따른 이자 또는 금전적 보상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한 절차적 문제를 넘어 정의 실현이라는 법치국가의 근본 가치를 훼손한다. 국민은 행정의 오류나 위법한 처분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정당한 판결을 받아냈음에도, 소송 기간 동안 발생한 경제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이는 사실상 ‘지연된 정의’를 넘어서 ‘불완전한 정의’에 가깝다.
행정소송 지연이자 문제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제도적, 인식적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 행정소송은 일반적으로 취소소송(항고소송)이 주를 이루며, 금전 청구가 직접적으로 결부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지연손해에 대한 논의가 소극적이다. 둘째, 국가가 당사자인 경우 법원은 재정 부담이나 정책적 고려 등을 이유로 이자 지급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대법원 판례나 관련 법령이 지연손해에 대해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하급심 판결 역시 예측 가능성이 낮다.
또한 행정기관의 태도 역시 문제이다. 패소가 예상되더라도 자의적 해석이나 책임 회피를 이유로 무의미한 상소를 반복하거나, 고의로 소송을 장기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이자 부담이 따르지 않는다면 국가는 아무런 불이익 없이 시간을 벌고 피해자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입게 될 수 있다.
행정소송의 지연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 제도적 정비와 사법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행정소송법” 및 관련 법령에, 지연손해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급여부지급처분이나 장해급여부지급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 있어서도 법령상 지급이 이루어져야 하는 날 이후로 일정 이율 이상의 이자를 부과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피해자의 손해를 회복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의 위법 행위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법원은 행정소송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판결에서 적극적으로 간접손해나 지연손해에 대한 배상 인정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 일부 판례에서는 지연이자 등 상당한 보상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예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셋째, 행정청의 소극적, 지연적 대응에 대해 제재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반복적인 항소나 고의적 지연이 입증될 경우, 배상책임자에 대한 징계나 감사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행정소송에서의 지연이자 문제는 단순한 금전 보상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이 공권력에 의해 입은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 기본권의 실현 문제이며, 동시에 국가가 책임 있는 행정을 수행하고 있다는 신뢰의 지표이기도 하다. 아무리 정당한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가 보상되지 않는다면 정의는 실현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국가와 사법부 모두가 이러한 문제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때이다.
/법무법인 더보상 유정은 대표변호사
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