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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 칼럼] 산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6-01-12

얼마 전 룰루 밀러의 과학 에세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당연한 원칙을 부정하는 듯한 도발적인 제목은 책장을 펴게 만들었고, 소설 같지만 소설 같지 않은 내용은 단숨에 책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끌었다.

이 책의 주요 줄거리는 어류를 분류하기 위하여 평생 헌신한 스탠포드 대학의 초대 학장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추적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결국 어류에 대한 분류가 생물학적으로 잘못되었으나 허상을 버리지 못하고 어류라는 범주에만 몰입하여 연구하여 범주화 시키다가 결국에는 우생학의 길로 빠져버린 학자를 비판하면서 저자의 삶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이다. 생물학에 따르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어류 중에서는 생물학적으로 다수가 포유류에 가깝기 때문에 포유류와 어류를 크게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 에세이는 생물학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평생 옳다고 믿는 것이 옳지 않을 수도 있으며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이면에는 좋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는 ‘혼돈’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며칠 전 기사에서는 올해 3분기까지 산업재해 사망자가 457명으로 작년보다 14명 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심지어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는 포함되지 않은 숫자이다. 고용노동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산업재해 숫자를 줄이려고 하는데 왜 현실은 다를까 생각해보게 한다.

과연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빈도수를 줄이는 것만이 지상과제일까?

이러한 행태를 보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재해 중에서 산업재해만 줄인다고 해서 좋은 사회가 되는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이 든다. 단순히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산업재해의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현대사회는 복잡하게 분화되어 있어, 산업재해의 양태도 다양해지고 그 범위도 늘어나고 있다. 노무제공자까지 산재의 범위를 확장한다든지, 출퇴근재해에 대한 산재를 인정한다든지가 한 예이다.

이렇게 보면 현재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산재건수를 줄이라고 하면서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은 꽤나 모순적이다.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 산업재해의 범위를 확장하면서 산업재해는 줄여야 한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산재 건수 관리목표를 세워 산재를 승인하지 않거나 은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산업재해라는 것은 단순히 수치로 환산할 수 없다. 심지어 승인건수가 줄어든다고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산업재해 소송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며, 특히 입증책임이 근로자에게 있는 것을 볼 때 입증은 더욱 힘들어지는 한편 사업주가 입증을 위해서 도와줄리 만무하고 오히려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서 아예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도 할 것이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업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및 산업안전에 대한 교육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지 단순히 건수에 대한 페널티만 늘리는 것이 전가의 보도는 아닐 것이다.

특히나 10년동안 산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노무사의 입장에서 볼 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선 노무사 제도도 의심스럽다. 과연 수임료 때문에 노무사를 쓰지 않아서 불승인이 많을지 입증이 안된다는 이유로 무책임하게 불승인 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입장 때문에 산재로 처리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자명하다. 정부의 입장에 따라 교조적으로 산업재해에 대한 사망 건수관리보다는, 산업재해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고 입증책임을 완화시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법무법인 더보상 김선명 노무사

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